2023년은 바로 흑토끼의 해, 계묘년입니다. 토끼와 관련한 고사, 사자성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'교토삼굴'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. 경제위기 이야기가 지속해서 나오는 지금 적절하고 또 필요한 말입니다.
교토삼굴 뜻
교활할 교 狡, 토끼 토 兎, 셋 삼 三, 굴 굴 窟
교활하다는 말을 의역해서 풀이해보자면, '지혜로운 토끼는 1개가 아닌 3개로 굴을 파놓는다'라는 뜻이 됩니다.
슬기로운 사람이라면 한 가지 대책이 아닌 여러가지 대안까지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.
유래
먼 옛날 중국 제나라에는 '맹상군'이라는 귀족이 있었습니다.
그 당시 4명의 공자라는 뜻에서 '전국 사공자'가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맹상군이었습니다. 이 사공자들은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귀천을 따지지 않고 숙식을 제공해주는 아량을 베풀었습니다. 한두 명이 아니라 각각 사공자마다 수 천명을 '식객'으로 보유했는데, 맹상군의 식객수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.
'풍훤'이라는 제나라의 가난한 자가 하루는 맹상군을 찾아와 그의 식객이 되게 됩니다. 많은 이들이 풍훤을 소홀히 대하고 무시했지만 맹상군만은 그를 잘 대해줄 것을 아랫사람들에게 따로 얘기하기도 했습니다.
그러던 어느 날, 맹상군은 풍훤을 불러서 한 가지 부탁을 하게 됩니다. 자신에게 빚을 진 자들에게 빚을 받아올 것을 부탁하였고, 이에 풍훤은 빚을 받으면 그걸로 무엇을 사 오면 될지 물어보았습니다. 맹상군은 자신의 집에 무엇이 부족한 지 잘 생각해보고 알아서 사 오라고 대답합니다.
빚을 진 사람들을 찾아가 다 불러모은 뒤에 풍훤은 '맹상군이 빌려준 돈에 대한 빚을 모두 탕감해주겠다'라고 했다며,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빚 문서들을 모두 태우게 됩니다. 이에 가난했던 백성들은 크게 감사하며 맹상군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.
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빚을 받아오면 시간이 걸릴 거라 여겼는데, 예상과 달리 빠르게 복귀한 풍훤에게 맹상군은 빚을 다 걷어왔는지, 그걸로 어떤 것을 사 왔는지 물어보았습니다. 그러자 풍훤은 이 집에는 다 있지만 '의(義)'는 부족하여 제가 그것을 가지고 왔다는 대답을 하였습니다.
이 말을 들은 맹상군은 예상치 못한 대답이라 당황스럽고 어이도 없었지만 겉으로 싫은 내색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.
그리고 1년이 지나, 맹상군은 제나라 민왕으로부터 파면 당하여 '설읍'이라는 봉읍지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. 백성들은 이 소식을 듣고는 먼 길까지 마중을 나오게 되고 맹상군은 크게 감동하게 됩니다. 그러면서 풍훤을 보며 '의(義)'가 부족해서 그것을 사 왔다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았다고 이야기합니다.
풍훤이 말하길, "꾀를 지닌 토끼는 굴을 하나가 아닌 세 개 파둡니다.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. 맹상군께서 현재 있는 이곳은 하나의 굴에 불과하오니, 만약을 대비하여 제가 미리 두 개의 굴을 추가로 마련해둘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"라고 하였습니다.
맹상군은 흔쾌히 수락하였고, 풍훤은 곧바로 양나라의 혜왕을 만나 덕이 높고 재능까지 겸비한 맹상군을 등용하게 되면 양나라는 더 강성해질 거라고 혜왕에게 제안을 하게 됩니다.
혜왕은 그의 말에 동의하여 맹상군을 데려오고자 사신에게 황금 1천 근을 100대의 수레에 싣고 다녀오라고 합니다.
그 소식을 들은 제나라의 민왕은 이내 곧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. 그래서 곧바로 제나라 태자의 스승에게 화려한 장식의 수레, 황금 1천 근, 민왕 자신의 보검,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문서까지 해서 이 모든 것을 가지고 맹상군을 다시 데려올 수 있게 합니다.
맹상군은 민왕의 뜻을 받아들여 제나라 재상을 맡겠다고 하지만, 풍훤의 조언을 따라 한 가지 요구를 더합니다. 봉읍지 설읍에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제사 기물들을 나눠주어서 종묘를 세울 수 있게 해달라고 하였고, 민왕이 흔쾌히 받아들이게 됩니다.
이러한 요구가 수용된 덕분에 맹상군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제나라 재상으로서 순조롭게 맡은 바 역할을 해내게 되었습니다.
교훈
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일과 시간에 쫓겨서 시야가 좁아지기 쉽습니다. 마치 하나의 굴만 파두는 어리석은 토끼인 셈입니다. 지금 다니는 직장이라는 굴 하나가 과연 안전한 것일지, 나의 노후와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.
지금 시대에는 변화가 아주 빠르고, 사람 일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입니다. 따라서 우리는 미리 대안들을 마련해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.
최근 들어 '파이프라인'이라는 말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. 수익이 발생하는 일을 여러 가지 마련해두는 것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습니다. 이것은 온라인 시대, 너무나도 많은 양질의 정보를 쉽게 구하고 또 활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도구들이 개발되어 있는 덕분일 것입니다.
토끼보다 더 지혜롭게 굴을 많이 파두어서 '경제적 자유' 이루고 행복한 인생 보내기 위해, 부지런히 공부하며 또 가치 있는 결과물을 생산해내고자 고군분투하게 되네요!
다가오는 2023년, 토끼로부터 배운 교훈 통해 더욱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.
'교토삼굴', 잊지 마시고 주변에도 널리 이러한 지혜를 알려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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